1. 구강 구조와 감각
개는 총 42개의 치아를 가지고 있다(사람은 28~32개). 대부분의 치아가 날카롭지만 어금니의 표면은 서로 접촉할 수 있는 면적이 있다. 턱은 위아래로만 이동이 가능하고 양측으로는 거의 움직이지 못합니다. 그래서 채소 곡물 등 씹는 동작이 필요한 음식은 소화가 잘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개도 사람처럼 침을 분비하지만 개의 침에는 소화 효소인 아밀라아제가 없습니다. 사람의 침에는 탄수화물을 소화할 수 있는 아밀라아제가 있기 때문에 밥이나 식빵을 씹을수록 단맛을 느끼지만, 개는 사람만큼 강하게는 맛을 느끼지 못하며 치아 구조 때문에 음식을 오래 씹지 않습니다. 즉, 개는 사람이 느낄 수 있는 맛을 다 느낄 수 있지만 구강에서 맛을 느낄 수 있는 미뢰가 사람보다 적습니다. 그러나 후각을 느낄 수 있는 후각 수용기는 사람보다 훨씬 많아서 개의 경우 음식의 맛보다 냄새가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개는 단맛, 고기 맛, 지방 맛, 그리고 짠맛을 좋아합니다. 건사료보다 캔 사료의 냄새가 강해서 대부분의 반려견은 캔 사료를 더 좋아하니 식욕이 좋지 않을 때는 캔 사료를 추천합니다. 또한 음식이 따뜻하면 냄새 분자의 활동이 더 강해 지므로 가열하여 냄새로 개의 식욕을 증진시킬 수 있습니다.
날마다 사람처럼 양치하기가 어렵다면서 '동물의 뼈'로 개의 치아 관리를 하고 있다는 보호자를 종종 보게 됩니다. 개의 치아가 날카로우므로 동물 뼈를 씹으면 치아 위에 있는 치태와 치석을 자연스럽게 제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주장은 매우 위험한 행동입니다.
모든 개의 치아가 동물 뼈를 부술 만큼 튼튼한 것은 아니고 뼈를 씹다가 오히려 개의 치아가 깨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충분히 잘게 깨지지 못한 뼈 조각을 삼키게 되면 소화관이 막힐 수도 있습니다.
뼈 조각이 개의 식도를 막으면 수의사가 X-ray로 상태를 확인한 후에 적절한 기구를 사용해서 빼내거나 위로 밀어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밀어냈다고 해도 개의 위산 분비량은 단백질 총량에 따라 달라지는데 뼈만 있을 경우 위산 분비가 많지 않아 분해하는 힘도 약합니다. 고기를 많이 먹는 개의 위산은 pH1까지 될 수 있지만 일반 사료의 경우 pH4에 머물 수도 있습니다. 심각한 경우 소장이 막히게 되면서 개복 수술로 뼈를 제거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장이 막히는 것보다 더 위험한 것이 바로 소화기 천공이다. 동물 뼈가 깨지면서 뾰족한 부분이 소화관을 찌르게 되면 상처가 나거나 천공이 생길 수 있습니다. 천공으로 소화관에 있는 세균이 복강에 들어가 복막염을 일으키면 생명을 잃을 수 있습니다. 치아의 치석을 제거하겠다고 동물 뼈를 주다가 개의 생명까지 잃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을 것입니다.
시중에 치아를 관리할 수 있는 사료와 간식이 판매되고 있으니 그런 제품을 이용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미국 수의 구강 협의회(VOHC)에서 치아 관리 효과가 과학적으로 입증된 제품에 인증을 해주고 있습니다. 포장지에 인증 마크가 있으면 믿고 구입해도 됩니다.
2. 위
개의 위는 확장력이 커서 음식을 한 번에 많이 먹을 수 있습니다. 체중에 따라 킬로그램당 30~35g의 음식을 섭취할 수도 있고, 품종에 따라 1~9L까지의 위 용량을 갖습니다. 음식을 먹지 않을 때의 위산 분비는 사람보다 적어서 위산 과다 분비 때문에 위궤양이 일어나는 일은 없습니다. 그러나 사람에게 위염, 위암을 유발하는 헬리코박터균은 개에게도 감염될 수 있으므로, 사람이 입으로 먹고 난 음식을 개에게 주지 않는 편이 안전합니다. 음식을 나눠 먹고 싶다면은 칼로 잘라서 나누는 것이 좋습니다.
개는 사람처럼 끼니를 챙겨서 식사를 하는 동물입니다. 그러므로 자유 급식은 좋지 않습니다. 자유 급식을 하게 되면 조금만 배가 고파도 음식을 먹게 되어, 결국 끼니가 없어지고 과식을 하게 됩니다. 뿐만 아니라 항상 곁에 음식이 있으면 그것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고 입맛을 더 까다롭게 만들 수 있습니다. 결국은 사료를 싫어하게 될 수 있습니다.
소화력이 떨어지는 강아지와 노령견을 제외하고는 하루 2번, 정해진 시간에 같은 양의 음식을 주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빨리 먹지 않으면 바로 치워서 계속 음식을 놔두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이렇게 하면 음식은 선택해서 먹는 것이 아니라 먹을 수 있을 때 소중하게 먹어야 한다는 것을 반려견에게 알려 줄 수 있습니다. 또한 식사량을 확인하면서 반려견의 건강 상태도 진단할 수 있습니다.
음식을 잘 먹던 반려견의 식사량이 갑자기 줄어든다면 빨리 병원에 데리고 가서 확인을 해야 합니다. 몸이 아프면 식욕 부진이 나타날 수 있으니 방심해서는 안 됩니다. 특히 한 마리 이상의 반려견을 키우는 경우 더더욱 자유 급식을 하면 먹는 양을 확인하기가 어려워서 개들의 식욕이 감소하는 것을 놓칠 위험이 있습니다.
3. 소장과 대장
개의 장 기능은 일반적인 잡식동물의 기능과 유사합니다. 소장에 있는 효소를 통해서 음식 속에 있는 탄수화물을 소화시키는 비율이 매우 높습니다. 해부학적 구조상 개의 대장은 사람의 대장과 같이 상행, 횡행 그리고 하행의 세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사람처럼 대장에 세균이 많이 서식하고 있지만 세균의 종류는 다릅니다. 동물마다 장 내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장 내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세균의 종에는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에게 좋은 '프로바이오틱스'가 개에게는 전혀 효과가 없을 수 도 있습니다. 요즘 들어 개의 유익균에 관한 연구가 많이 이루어지고 있으므로 개를 위한 좋은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이 나올 것으로 기대됩니다.
건강에 유익한 효과를 주는 미생물이 프로바이오틱스입니다. 락토바실러스, 비피도박테리움 등이 있습니다. 대부분 당류를 발효해 에너지를 얻고 다량의 락트산을 만드는 유산균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런 미생물은 주로 대장에 서식하면서 소장에서 소화하지 못하는 탄수화물을 사용하여 대장 세포에 에너지를 제공하고, 병원균과 싸우는 등의 질병의 예방에도 효과적입니다.
장의 길이기가 길면 길수록 먹은 음식을 소화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소화율이 높아집니다. 대부분의 초식동물은 장 길이와 키를 비교할 때 장의 길이가 훨씬 길다. 토끼의 경우 10대 1, 말과 소는 12대 1과 20대 1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렇게 장이 길다 보니 복잡한 탄수화물인 나무까지 소화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표적인 육식동물인 고양이는 4대 1 수준으로 장과 키의 비례가 개보다 짧습니다. 그래서 소화에 걸리는 시간이 짧을 뿐 아니라 복잡한 탄수화물류의 음식을 소화하지 못합니다. 개의 장 길이와 키의 비례는 6대 1이며 이는 초식동물과 육식동물의 중간 정도 수치로, 탄수화물을 소화할 힘은 있지만 초식동물보다는 약합니다. 참고로 사람의 장 길기와 키의 비례는 대략 7대 1입니다.
4. 개는 잡식동물이다.
호랑이와 사자로 대표되는 육식동물은 고기를 주식으로 섭취합니다. 잡식동물의 대표로 꼽는 사람과 돼지는 고기뿐만 아니라 채소와 과일 등 식물도 함께 섭취할 수 있습니다. 생물 분류에서 개와 고양이는 모두 식육목에 속하지만 소화 생리 구조와 신체 대상을 분석해 보면 개는 잡식동물, 고양이는 육식동물로 결론이 날 수 있습니다.
인터넷에서 많은 이들이 개가 육식동물이라고 주장하고는 있지만 고기뿐 아니라 채식을 소화하고 대사를 할 수 있다면 잡식동물로 보는 것이 맞습니다. 늑대와 야생에서 사는 개 역시 과일과 채소를 먹는 습관을 가지고 있어서 잡식동물에 더 가깝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치아입니다. 고양이에 비하면 덜 날카롭지만 잡식성 동물인 돼지나 사람에 비하면 어금니가 그다지 평평하지 않아 음식을 씹는 능력이 그리 좋지 않습니다. 그래서 개를 위한 음식을 만들 때는 많이 씹지 않아도 되도록 재료를 작게 자르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옥수수, 현미 등의 전곡을 주고 싶다면 개가 음식을 잘 씹지 않는 특징을 고려해서 작게 자르거나 믹서로 갈아 주는 것이 좋습니다.
잡식동물의 음식은 주원료가 고기와 식물입니다. 단백질 섭취량은 너무 많으면 신체에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단백질을 장기간 필요 이상으로 많이 먹으면 신장에 부담을 주게 되고 단백질 대사에 관여하는 간에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반려동물의 나이가 많지 않을 때에는 신체 대사가 활발하므로 큰 문제가 없을 수 있지만, 나이가 들면서 대사 능력이 약해지면 장기간 초과 섭취된 단백질이 간이나 신장을 해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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